
그 동안 북한산은 수 차례 올랐지만
(심지어 크라운제과 공채 당시엔 등산 면접이라하여 북한산을 오르락내리락 한 적도 있었으니까)
도봉산은 정상 부근 암벽의 포스 탓에 쉽게 택하지 못했다,
인천서 가기 멀기도 하거니와.
늘 망설이던 차에 긴 추석 연휴를 맞아 한번 오르기로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동암에서 1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도봉산역.

초행이더라도 앞사람만 쫓다보면 쉬이 찾을 수 있어 설명은 생략한다.



검둥개는 짥고 굵은 자운봉 코스를 선택했다.
탐방로와 정상으로 나뉘는 갈림길에서 계곡을 끼고 오르는 산길을 따라 걷는다.



물과 바람이 잦은 바위산이라 그럴까,
소위 인절미 바위라 불리우는 돌덩이 하나가 눈을 잡아끈다,

왜 하필 그 바위에게만, 이라는 생각을 뒤로 하고 오른다.
군생활의 반을 금학산(철원, 947미터) 정상 초소에서 보낸지라 산 타는데 자신 있었는데,
도봉산은 그 높이가 북한산보다 낮음에도 쉽지 않았다.
산을 오를 때 물을 마시거나, 쉬거나 하지 않는데 정상에 오르기까지 두어번 쉬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 뒤를 쫓는 다른 많은 등산객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혀 신선대를 700미터 남긴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숨돌리며 정상 오르기 위한 힘을 모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맑은 날씨에 서울 전경이 다보였다.

추석 연휴 끝나고 다시 출근할 생각하니 기운이 불끈 솟았다(읭?).
정상을 향해 걷는데 이때부턴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경사가 말이지.



더 경악할만한 것은 그 경사를 천천히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뒷사람, 앞사람 흐름까지 맞춰 올라야한다는 것.
난 아찔했다만,
그래도 정상에 오르니 좋았다.

정상 난간에는 사람이 많아 오를 엄두는 못 냈지만 절벽에 걸터 앉아 바람쐬며 올라오는 이들 바라보는 게 제법 신선 노릇이었다.

자운봉은 신선대 옆에 불쑥 솓아올라있었다.
(사진에 사람 형상은 사람 맞다, 어떻게 올라갔는지...)

오른 길 그대로 내려가는데 오후가 한창인데도 많은사람이 올라오고 있었다.
오를 때 내 한 몸 추스리느라 바라보지 못한 주위를 보니
츄리닝 차림의 젊은 연인, 동남아 친구들, 백인 언니들도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제법 신선했다,
사실 온갖 장비와 브랜드로 치장한 브랜드 셔틀 중년들 보는 것은 질리니까.
계곡에서 땀도 식혔다.
큰 비 뒤라 물이 풍성했다.

산을 탄지 3시간 조금 안 되었다.
다음 번엔 좀 더 긴 코스를 타기로 맘 먹으며
따스한 커피를 목으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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