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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놀랍도록 차가운 이성 [영화] 좀비는 생명체인가

지난 13일 금요일,
바람이 제법 강했음.

횡단보도 앞 신호를 기다리는데 돌풍이 불어옴.
중년 여성의 작은 비명소리에서 사고를 직감.

휴대폰 매장에서 설치한 가벼운 텐트가 바람에 기울어지다.

내 앞에서 불과 5미터,
구조물의 추락지점에는 이어폰을 꼽고있는 젊은 여성.

순간 나는 판단한다.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텐트는 가볍고
천으로 이루어져 머리로 추락해도 충격은 적을 것.

그 짧은 시간 판단을 끝내고
결국 멀뚱히 쳐다보다

텐트는 여자를 가격하고 앞선 여고생들은 비명을 질러댄다.
큰 부상이 아님에 안도한 나는 여자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파란불이 들어오고 여고생들은 길을 건너고
그제서야 휴대폰 가게 삐끼들이 멋쩍게 텐트를 치운다.

고개 숙인 여자는 무안함에 뻐근함을 잊고
사람들을 따라 횡단보도를 지난다.

그녀가 외면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
나는 여자가 입을 심적 데미지는 생각하지 못한 것.

나의 놀랍도록 차가운 이성.

내가 막을 수 없는 거리에 있더라도,
부상당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라도
사람의 마음이라면 달려가야했을 것.

버릇없는 삐끼들한테 따져줘야 했고
주변 시선에서 막아줘야했음.

그게 인간의 노릇.
'아이로봇'에서처럼 생존가능성으로 인명의 우선순위를 고를 게 아니라
인간 마음을 쫓아야했음.

뒤늦게 죄책감에 글을 올리는 미약한 마음만이
어느덧 내게 남아있음.

지나친 합리화와 어리석은 이성 탓에
뜨거운 마음이 식어버림.

이러매 생각해볼진대,
타인의 삶에 개입할 수 있다면 그가 바로 히어로.

놀랍도록 차가운 이성으로 현장을 지나치고
왓치맨을 봄.

그 안에도 놀랍도록 차가운 이성의 영웅이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오히려 인류를 희생시키고 있었음.

나는 혼란스러워짐.

덧글

  • Sita 2009/03/15 23:04 # 답글

    아..음..영화는 아직 안봤지만요..
    달려가서 도와주는게 더 좋을뻔 한거 같아요.
    읽는 저도 조금 안타깝네요.
  • 검둥개 2009/03/16 09:25 #

    한동안 트라우마로 남을 게 분명해요,
    마음의 소리를 들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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