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부석사가 예쁘다
라는 한 마디를 듣고 영주로 향했다.
오전 일찍 부석사로 차를 몰았다.
도중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뒤로 빨간 열매를 주렁 매달고 있는 사과나무를 보았다.
사과나무를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왜소한 가지에 너무 많이 매달린 묵직한 알.
사과를 파는 촌로 몇을 지나쳐 부석사 주차장에 다다랐다.
바람이 거센 이른 시각, 일요일 오전 10시쯤인데 사람이 제법 있었다.
곧 관광버스가 들이닥칠 터,
부석사로 오른다.
산으로 오르며 주욱 절을 올린 터라 드넓은 감은 느끼기 힘들다,
다만 오래된 나무와 툭툭 차이는 자갈과 먼지가 예사롭지 않아.
오르는 길을 맞아준 은행나무와 잘 어울리는 목조 사찰은
마음을 가라앉게 한다.
이윽고 오르고 올라 배흘림기둥이 유명하다는 무량수전.
팜플렛 소개처럼 너른 들과 높은 산세를 절 앞마당에 들일 듯 하다.
눈을 씻어낸 후 부석으로 향한다,
기묘한 모양새다.
실을 준비했더라면 뜬 돌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왁자한 목소리가 몰려온다,
단풍보다 찬란한 단체관람객의 등장이다.
나는 퇴장한다.
차를 몰고 이번에 간 곳은 소수서원,
신라의 불교에서 세대를 한참 건너뛰어 유교 조선의 core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서니 부석사에서 봤던 당간지주가
서원에도 있다.
숭유억불이라 하여 조선유교는 불교와 융화되지않은 걸로 알았는데,
왕께서 사액한 서원의 어찌 절의 상징인 당간지주가?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원래 절터였다는.
사실 소수서원은 기대하지 않았던 코스였다.
부석사에 내심 많이 기대한 터라 어디까지나 지나다 잠시 머물 요량으로 찾았는데.
아니었다.
소수서원은 맘을 두드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굵고 곧게 뻗은 적송과 징검다리 사이로 시원히 흐르는 물길은
묵향을 풍긴다.
오솔길 사이 문사의 흔적과 고요함은
감동 그 자체이다.
물론 이러한 소수서원의 정수를 한번에 집약하자면
소수서원박물관에 소장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유교의 메카에서 불교의 아이콘을 꼽는 게 외람될 수 있으나
그 온화한 고요함과 나직한 생각의 잠김은 무량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로뎅의 생각하는 그이보다 훨씬 앞서 턱을 괸 우리의 문화,
결코 녹록치 않다.
소수서원의 청량함을 들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풍기.
그 곳에서 삼계탕에 넣기엔 너무 큰 인삼 한 채를 골랐다.
인삼이 한 동네를 먹여살리는 듯
인삼축제가 한창이었다.
경북 영주.
소백산국립공원도 있고 볼 것이 많은 곳 같다.
문경과 예천의 넉넉한 시골과 산길에 흡족했는데
이제 거기에 영주도 포함 시켜야겠다.
풍기를 나와 예천에 들러 단감을 얻어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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